
서울 도심, 시청 앞 허리우드당구장에서 매월 둘째 주 일요일이면 제법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 바로 남강 1기 당구동호회 회원들의 정기 모임이다. 한 시대를 함께 통과해온 그들이 큐를 잡는 순간, 시간은 잠시 과거로 흐른다.
이 모임의 중심에는 이상구 회장과 엄재만 총무가 있다. 회장은 특유의 리더십과 따뜻함으로, 총무는 치밀한 준비와 헌신으로 매번 자리를 지킨다. 그들의 노력 속에 당구장 한구석은 여전히 ‘벗님’들의 웃음과 승부욕으로 가득하다. 누군가에겐 50년, 또 다른 누군가에겐 20년. 큐대를 쥐어온 세월은 달라도, 이들이 내뿜는 열정의 온도는 같다.
흰 공, 노랑 공, 빨강 공이 테이블 위를 유유히 흘러갈 때, 벗들이 주고받는 유쾌한 농담과 탄성은 당구장 가득 울려 퍼진다. 승부를 겨루는 긴장감 속에서도 서로의 노련함에 박수를 보내는 여유, 그것이 이 모임의 진짜 실력이다.
게임이 끝나고도 헤어지기 섭섭하여 망설이는 우리에게 누군가의 하이톤 목소리, “쐬주 한 잔, 콜?”
이구동성의 대답소리 “콜~, 흐흐흐” 다음 달에 또 보자는 약속은, 어쩌면 당구보다 더 좋은 이유로 그들을 다시 이곳으로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남강 1기 당구동호회. 단지 공을 굴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시대와 삶을 함께 살아낸 이들이기에 이들의 당구는 더 특별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