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23일
고희나들이

햇살 좋은 지리산 자락, 바람결 위로 남강고 1기 동문들의 웃음소리가 산들산들 퍼졌다. 그들의 이름은 이제 ‘칠십’이라는 숫자와 함께 불린다. ‘인생칠십고래희’라는 고전의 한 줄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예순 이전의 세월도 결코 짧지 않았건만, 고희를 맞은 이 순간, 남강고 1기 동문들에게는 오히려 새로운 청춘의 시작처럼 보였다.

이번 고희기념 나들이는 작년에 고희를 맞은 김대영 동문에 이어 올해 생일을 맞은 이희덕 동문을 축하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뜻깊은 축제를 빛내기 위해 권택상, 윤영섭, 조문구, 전상기, 전현기 등 ‘황야의 7인’이라 불리는 동기들이 앞장서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다. 그 중심에는 함양에 위치한 권택상 동문의 별택이 있었다. 아늑한 전원의 향취가 물씬 묻어나는 그 곳은 이번 여정을 위한 베이스캠프 역할을 해냈다.

3박 4일 동안 이어진 일정은 시계 바늘을 거꾸로 돌린 듯 청춘의 한 페이지 같았다. 첫날 밤, 장작불 앞에 둘러앉아 각자의 인생사를 풀어놓던 자리에서는 가끔 눈가에 이슬이 맺히기도 했지만 더 자주 웃음이 터졌다. 다음 날, 지리산 자락을 걸으며 나눈 대화에는 젊은 시절 못 다한 우정과 연대감이 실려 있었고, 합천의 덕암정사에서는 선인의 숨결을 따라 호흡하며 지난 시대의 무게를 되새겼다. 보은 장터에 이르러서는 흥겨운 고전가락에 맞춰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깨춤이 절로 나왔다.

누군가는 말한다. 칠십은 쉬어야 할 나이라고. 그러나 남강고 1기 동문들에게 칠십은 돌아보고, 웃고, 다시 손잡는 나이였다. 이들이 쌓아올린 시간은 단지 연륜이라는 단어에만 갇힐 수 없다. 고된 삶을 살아온 이들이기에 진정한 여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 그래서 그들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을 넘어, ‘함께 도착한 오늘’을 기념하는 의식과도 같았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동창회나 기념 이벤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삶의 굽이굽이를 함께 넘어온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의 삶을 축복하고, 그 흔적을 함께 걸었기 때문이다. 남강고 1기 동문들의 ‘고희 나들이’는 그렇게 청춘의 마지막 잔을 우정으로 가득 채웠다. 그리고 그 잔은 다시 살아낼 다음 날을 더 단단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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